우리는 때때로 특정한 생각이나 감정에 집착하며, 그것이 우리의 삶을 왜곡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실수한 일이 오랫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거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 집착해 걱정과 불안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집착은 심리학적으로 '비합리적 사고(Irrational Thinking)'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집착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비합리적 사고에 빠져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언가에 집착을 하고 있음을 자신이 알고 있다면 이미 그 집착을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그렇다면 자신의 비합리적 사고를 분석해보는게 그 집착과 멀어지는 첫 걸음이다. 오늘은 그에 대해 기본 지식을 알아보고 조금이나마 자신의 집착 버리기에 도움이 되도록 해본다.
철학자들, 특히 스토아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집착과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해 깊이 탐구해 왔다.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고통받는 것은 사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생각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우리의 감정적 집착이 실제 상황보다 그 상황에 대해 우리가 내리는 평가나 해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친구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대해 계속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그 말이 나를 싫어한다는 증거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집착은 현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나 과장된 신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의 합리주의적 관점에서는 이성을 통해 감정적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간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이성적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집착과 비합리적 사고는 쉽게 우리를 지배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와 합리적 정서행동 치료(REBT, 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를 통해 비합리적 사고가 우리의 정서적 문제의 근원임을 강조한다. 이론의 창시자인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는 비합리적 사고를 다음과 같은 형태로 구분했다.
당위적 사고 (Must/Should Thinking): 나는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한다 또는 모든 사람이 나를 존경해야 해와 같은 생각들이 그것이다. 이는 당장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정적인 희망사항만으로 이런 사고를 하는 것이므로 분명 비합리적이며 우리를 스트레스에 빠뜨린다.
재앙화(Catastrophizing): 작은 실수를 했을 때, 그것이 인생 전체를 망칠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다. 사소한 일이나 상황을 비합리적으로 과장하여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거나 확신하는 인지 왜곡 현상이다.
흑백논리(All-or-Nothing Thinking): 상황을 이분법적으로만 보는 시각으로, 성공 아니면 실패, 사랑 아니면 증오로 극단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인생에는 중간이 더 많다는 것인데 이 당연한 논리가 스트레스의 방해를 받으면 머리속이 당신이 아무리 똑똑해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사고들은 일상에서 흔히 나타나며, 특정한 사건이나 상황에 집착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불안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지속시킨다. REBT에서는 이러한 사고를 인식하고 합리적으로 대체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적인 해방을 도모한다.
집착은 주로 불안이나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이 불안은 대부분 비합리적인 생각에 기반을 둔다. 예를 들어, 연인과의 다툼 이후 "그는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에 집착하게 될 때, 이는 상대방의 감정을 지나치게 단정짓는 비합리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반영이 아니라, 내면의 왜곡된 믿음과 그로 인해 집착하는 생각들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심리학자 애런 벡(Aaron Beck) 역시 이러한 왜곡된 사고가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비합리적 사고는 자주 반복될수록 집착의 대상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결국, 그 집착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집착과 비합리적 사고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먼저 이러한 사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철학적으로 우리는 에픽테토스와 스토아 철학자들처럼, 우리의 감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 감정이 왜 생겨났는지 성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감정은 무작정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통해 제어할 수 있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학적으로는 REBT에서 제안하는 방식처럼, 비합리적 사고를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그 자리에 더 합리적인 사고를 대입하는 연습을 통해 생각의 틀을 재구성할 수 있다. 어떤 분한 마음으로 "나는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대신, "나는 돈을 벌려고 노력을 할 것이고 이는 당장은 불가능할 수 있다. 급한 돈이 필요하면 빌릴 곳도 생각해보고 여러가지 루트로 길을 터나가보자. 그러다 보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이런 식의 사고로 대체하는 것이 그 예다.
집착과 비합리적 사고는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성찰과 심리학적 훈련을 통해 감정과 이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다. 이러한 균형은 지속적인 노력과 자기 성찰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명상을 통해 자기 모니터링, 자기 감정을 생각해보고 문제를 찾으려는 생활의 접근이 꼭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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