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세상이 빨리 바뀌고 에이아이가 판을 쳐도 인간이 자신을 갈고 닦아 발전한다는 개념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그것을 잊고 무지성하고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반성을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의미에서 오늘은 절차탁마 개념을 괴새겨 본다.
고대부터 동양과 서양 모두 인간의 성장은 연마의 과정으로 비유되었다. 동양에서는 절차탁마라는 사자성어가 이를 잘 표현하는데, 이는 거친 돌을 깎고 다듬어 아름다운 구슬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같다. 서양 철학에서도 이러한 자기 연마의 개념은 철학자들의 삶과 가르침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플라톤이 이야기한 영혼의 수련, 니체의 자기 초월, 푸코의 자기 배려 개념까, 인간은 스스로를 갈고 닦음으로써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절차탁마의 개념을 서양 철학의 자기 연마 이론과 연결 지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철학적으로 자신을 연마할 수 있을지를 탐구해 보고자 한다.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이 원래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 세계의 혼란 속에서 그 빛이 흐려진다고 보았다. 따라서 영혼을 연마하는 과정은 철학적 훈련을 통해 이데아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국가'에서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통해 인간이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 수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동굴 속에 갇혀 그림자만 보고 살아간다면, 그것이 현실의 전부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철학적 사유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실재를 바라볼 수 있다. 이 과정이 바로 절차탁마, 즉 자기 연마의 과정이다.
플라톤의 철학은 우리가 일상의 편견과 속박에서 벗어나 보다 명확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함으로써 영혼을 연마할 수 있다.
플라톤이 영혼의 수련을 강조했다면, 니체는 자기 초월의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초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을 ‘낡은 가치를 깨뜨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로 보았다. 그는 기존의 도덕과 가치 체계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창조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니체에게 있어 절차탁마란 단순한 연마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고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는 ‘자기 변혁’의 과정이다. 이를 위해 그는 아모르 파티, 즉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철학을 제안했다. 자신이 처한 환경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초월하여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니체가 강조한 자기 연마의 핵심이다.
미셸 푸코는 니체와 플라톤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자기 배려’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삶을 철학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돌보는 기술을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푸코에 따르면, 자기 연마란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그는 에피메일레이아 헤우투(자기 자신에 대한 배려)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이는 고대 철학자들이 실천했던 것으로, 자기 성찰, 명상, 대화, 그리고 윤리적 실천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우리는 기술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며,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푸코의 철학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을 철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절차탁마란 단순한 기술의 연마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갈고 닦아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플라톤의 영혼의 연마, 니체의 자기 초월, 푸코의 자기 배려는 모두 ‘스스로를 다듬고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동양의 절차탁마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연마하고 더 깊이 있는 존재로 나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을 단련하는 것, 그리고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삶을 보다 깊이 있게 바라보는 것이다.
절차탁마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돌이 아름다운 구슬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듯, 인간의 성장 또한 지속적인 연마와 수련이 필요하다. 우리는 길다면 긴 인생을 산다. 철학적으로 사고하고 성찰해야함을, 그렇게 나이들수록 갈고 닦아야 함을 꼭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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