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지만, 과거를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특히 독서는 나이듦과 함께 깊어지는 사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공자의 가르침인 온고지신 즉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는 독서를 통해 성숙하는 과정을 가장 잘 설명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과거를 배우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과거의 지혜를 재발견하는 행위가 된다. 청년기에는 새로운 사상을 탐구하는 데 집중하지만, 중년 이후에는 기존의 지식과 삶의 경험이 맞닿으며 보다 깊은 이해를 얻게 된다. 같은 책이라도 나이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전(古典)은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통찰을 담고 있기에, 우리는 이를 통해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질문법, 장자의 무위자연,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같은 철학적 사유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새로운 의미를 던져준다.
온고지신의 핵심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자신과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
젊을 때는 논리적으로 이해했던 개념이 나이가 들면서 감정적으로도 와닿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스토아 철학의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운명을 사랑하라' 라는 개념은 청년기에 읽었을 때는 숙명론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중년이 지나면 삶의 굴곡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다가온다.
또한, 새로운 시대의 책들을 통해 현대적 문제에 대한 지혜를 배울 수도 있다. 기술 철학, 환경 윤리, 인공지능과 인간성에 대한 논의 등은 과거의 철학과 조화를 이루며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나이듦은 쇠퇴가 아니라, 깊이를 더하는 과정이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지혜를 새롭게 조명하고, 현재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간다. 온고지신의 태도로 책을 대한다면, 우리는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을 가질 수 있다.
결국, 독서는 나이듦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새로운 책을 읽고, 오래된 책을 다시 펼치는 것—그것이 지혜롭게 나이 드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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