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를 수 있으나 조금 연배가 있으면 우리는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을 많이 썼던 걸 기억할 수 있다. 그것도 30만 넘으면 노처녀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여러가지로 무지성의 산물이자 성인지 감수성이 없었다고 할 수있을 것이다. 이제는 노처녀라는 말도 안 쓰지만 현대 의학에서 '히스테리'라는 용어도 더 이상 공식 진단명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의학의 발전뿐 아니라, 젠더 문제와 사회적 편견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은 히스테리 이야기를 해본다.
히스테리아(hysteria)는 그리스어 '히스테라(hystera)' 즉 자궁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하였으며,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는 자궁이 몸 안을 떠돌아다니며 증상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의사들은 이를 '떠도는 자궁 이론'으로 체계화하였다. 초기 치료법은 비과학적이었고, 좋은 향기로 자궁을 제자리로 유도하거나 결혼과 임신을 치료법으로 처방하는 등의 방법이 사용되었다. 중세에는 히스테리 증상이 악마 들림으로 해석되었고, 여성의 질병이 마녀사냥과 연결되면서 치료가 아닌 처벌의 대상으로 변질되었다. 이는 여성의 일탈적 행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의학적 접근은 후퇴하였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19세기 프랑스의 신경병리학자 샤르코는 살페트리에르 병원에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히스테리의 의학적 증상을 분류하고, 최면 연구를 통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가 히스테리는 남성에게도 나타난다고 주장하면서 신경증은 여성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프로이트는 히스테리를 정신적 외상과 연결시키며 정신분석학의 기초로 활용하고, 무의식 개념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20세기에는 히스테리 용어가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 삭제되고, '전환장애' 등으로 재분류되었다. 이는 더 정확하고 비차별적인 진단명으로 대체되었으며, 페미니즘은 히스테리 개념의 성차별성을 지적하고 의학의 가부장성을 비판하며 여성 질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였다.
전환장애 (Conversion Disorder)
증상: 설명할 수 없는 신경학적 증상 (마비, 발작, 시력 손실 등)
신체증상장애 (Somatic Symptom Disorder)
증상: 과도한 건강 염려, 설명되지 않는 신체적 증상에 대한 집착
해리성 장애 (Dissociative Disorders)
증상: 기억, 정체성, 의식의 단절 경험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s)
증상: 과도한 불안, 공포, 걱정
우울장애 (Depressive Disorders)
증상: 지속적인 슬픔, 흥미 상실, 무기력감
현대 의학에서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의 신체화와 다양한 원인론적 접근이 중요시되며, 생물심리사회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치료적 접근도 변화하여 약물치료와 심리치료의 통합, 환자 중심적 접근법, 트라우마 이론의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히스테리의 역사는 의학이 어떻게 사회적 편견과 결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진단명의 변경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또한 현대 의학이 직면한 도전들, 즉 진단명이 가진 낙인효과, 의학적 개념의 사회문화적 함의, 환자를 바라보는 총체적 시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제 히스테리의 히스토리를 알았으니 혹시라도 비슷한 언급을 할 경우에라도 더 현명히 발언하고 분별력있게 생각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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