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우리 시대의 화두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스트레스, 우울증, 공황발작 등에는 무조건 이것이 존재한다. 바로 불안이다. 너도나도 멘탈이 안좋고 힘이 들때는 불안을 없애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불안은 어디에 어떻게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불안을 없앨 수는 있는 것인지 혹은 불안이 없어야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불안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이 불안이 진정 마음의 병인지,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이데거 철학에서 잠깐 찾아보고 마음철학의 한 장을 넘겨보려 한다.
마틴 하이데거는 우리 인간을 "본래적 자기"와 "비본래적 자기"가 동시에 살아간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세상에 이미 만들어진 기준 (전재성) 같은 것에 맞추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이 비본래적인 것이고 그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고 진정한 자기의 참된 모습을 알고 그것을 찾아 실천하는 삶이 본래적 삶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본래적, 비본래적에 더 좋고 나쁨은 없다. (일견 비본래적 자기가 안좋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비본래적 자기의 삶이란 것은 안정감을 주는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그렇지만 이 둘 사이에는 균열은 생기게 되어있다. 세상에 맞추어 살아가려는 의지와 자신의 개성을 발현하려는 의지 사이의 싸움이라고 풀어 말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바로 이 둘 사이에서 하나가 없어진다고 느낄 때 불안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둘 다 갖춰져야 균형이 맞고 불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불안이 없으면 인간은 본래성을 상실하거나 비본래성을 상실하여 소외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라고 말했다.
바로 여기서 불안이 좋은것이냐 나쁜 것이냐 하는 포인트가 나온다. 하이데거는 불안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즉 그 필요성 효용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현존재(Dasein)"라는 개념은 그의 철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존재는 인간이 가진 특유한 존재 경험으로서 다른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다가 어느날 인간은 혼자이다라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던가 인간 존재의 딜레마나 역설과 같은 문제를 직면하고 풀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존재를 의미한다. 즉 위에서 설명했듯이 비본래적 자기와 본래적 자기 사이에 불균형을 느끼고 즉 불안을 인지하고 본래적 자기로 향해가려는 하나의 운동성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하이데거의 "피투성"과 "기투성"의 의미도 알 필요가 있다. 피투성은 자신이 세상에 던져진다는 피동성의 의미를 갖고 있는 반면 기투성은 나를 나 스스로 미지의 미래를 향하여 던지는 것으로 능동적 성격이 강하다.
하이데거는 인간의 삶이 언제나 불안정하고 위험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기 위해, 상황에 대응하고 선택하며,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기투성은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로서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의 삶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하이데거는 인간이 기투성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이데거의 본래적 자기와 비본래적 자기, 그 사이에서 나타나는 불균형인 불안, 그리고 그 불안을 인지하고 자신을 기투하는 인간의 존재 방식, 즉 현존재에서 나는 우리가 우리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발전적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는 인간 존재의 긍정적인 능동성을 본다. 여기서 다시, 불안은 없애야 하는 병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마음을 콘트롤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다. 이 불안을 통해 인간이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한 하이데거의 주장을 이쯤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불안이 심해져 불안장애가 되어 의학적 도움을 얻어야 하는 상태까지 간 경우 어쩌면 이런 불안의 효용성을 말하는 마음 철학이 사치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치료를 받던 자기의지로 고치려 노력하던 불안의 세상에서 불안을 바라보고 스스로 그 불안을 다루어야만 우리가 이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만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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