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블렌딩 티에 푹 빠졌다. 애플 자스민차 혹은 민트 유자 차 등등. 생각보다 각각의 맛이 살아나며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까페나 커피만 생각햇지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티에도 이제 관심이 간다. 여러 종류의 차 잎이 섞여 하나의 새로운 맛과 향을 창조해내는 블렌딩 티의 과정은 마치 철학적 사고의 여정과도 닮아 있다. 오늘은 블렌딩 티와 철학의 흥미로운 연결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블렌딩 티의 본질은 조화에 있다. 강한 맛의 차와 부드러운 차, 향이 짙은 차와 은은한 차가 만나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낸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의 미덕'이다. 그는 덕이란 두 극단 사이의 적절한 균형에 있다고 보았다.
얼그레이 티를 생각해보라. 강렬한 베르가못 오일과 부드러운 홍차의 균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완벽한 얼그레이가 탄생한다. 너무 많으면 압도적이고, 너무 적으면 특징이 사라진다. 이처럼 삶에서도 용기와 겁, 절제와 향유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블렌딩 티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뜨거운 물에 티백을 담그는 순간부터 차는 계속해서 변화하한다. 처음에는 연하다가 점차 진해지고, 온도가 변함에 따라 맛과 향도 달라진다.
차마니아들은 이런 변화를 즐기며, 차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관찰한다. 마치 인생의 각 순간들이 계속해서 흐르고 변화하는 것처럼, 블렌딩 티도 지속적인 변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오늘의 우리는 어제의 우리가 아니듯, 방금 우려낸 차는 5분 후의 차와도 다른 존재가 된다.
블렌딩 티에서 각각의 성분은 자신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에 기여한다. 이는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화이부동'의 개념과 연결된다. 조화를 이루되 개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차이 티를 예로 들어보자. 계피, 생강, 카다몸, 정향 등 여러 향신료가 만나 독특한 맛을 만들어내지만, 각 재료의 특성은 여전히 느껴진다. 이처럼 개인의 고유성을 존중하면서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차에서나 우리 삶에서나 중요하다.
블렌딩 티를 마시는 경험은 또한 현상학적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에드문트 후설이 주장한 것처럼, 의식은 항상 '무언가에 대한' 의식입니다. 차를 마실 때 우리는 그 맛, 향, 온기에 집중하며, 이것이 우리 의식 속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 관찰할 수 있다.
눈을 감고 따뜻한 재스민 블렌드의 향을 들이마시는 순간, 우리는 순수한 경험 그 자체에 집중한다.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걱정에서 벗어나 '지금-여기'의 경험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현상학에서 말하는 '판단중지(epoché)'와 유사하다.
블렌딩 티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조화와 균형, 변화와 흐름, 전체와 부분의 관계, 그리고 순수한 경험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다음번 차를 마실 때는, 단순히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생각해보며 마셔보자. 찻잔 속에서 우주를 발견하는 순간, 일상적인 차 한 잔은 깊은 사유의 여정으로 변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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