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지혜가 쌓인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는 능력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의 유명한 개념인 '던닝-크루거 효과'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던닝-크루거 효과가 나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탐구해 보겠다.
던닝-크루거 효과는 1999년 코넬 대학교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던닝과 저스틴 크루거가 발표한 인지 편향으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쉽게 말해, 무지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 모른다는 것이다. 던닝과 크루거의 연구에 따르면 능력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다. 반면, 능력이 높은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큼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낮은 능력의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함을 인식할 능력도 부족하다.
이 효과는 "무지의 무지(meta-ignorance)" 또는 "이중 무지(double ignorance)"라고도 불린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가 언급한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태"와 동일한 개념이다.
나이가 들수록 던닝-크루거 효과가 강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요인에 기인한다.
경험에 의한 자신감 과잉 - 오랜 시간 동안 특정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온 사람들은 그 방식이 반드시 옳다고 믿게 된다. "내 나이까지 살아봐야 알 것이다"라는 표현은 이러한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경험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와 미래의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권위와 지위에 따른 착각 -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지위나 권위가 높아지는 경우,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거나 반박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자신의 판단이 항상 옳다는 잘못된 확신을 강화시킨다.
새로운 정보에 대한 저항 -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정보나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더 큰 저항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감소와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심리적 저항이다. 기존의 믿음 체계에 도전하는 정보는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작동한다.
세대 간 격차와 고립 - 기술과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나이 든 세대는 종종 새로운 패러다임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는 자연스럽게 정보의 고립으로 이어지고, 결국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태를 심화시킨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서 던닝 크루거 효과를 엄청 더 보이는 사람들이 이걸 고치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크라테스적 무지의 지혜 수용하기 - "내가 아는 것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뿐이다." 소크라테스의 이 유명한 말은 지혜의 시작점이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데 있음을 상기시킨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더 배울 것이 있다는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다. 겸손함!
적극적인 앎의 한계 탐색 -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거나,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며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메타인지 능력 개발하기 -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 과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하는 능력이다.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생각하는가?", "이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내 생각이 틀릴 가능성은 없는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습관을 기르는 것.
다양한 세대와의 소통 - 젊은 세대와의 적극적인 소통은 새로운 관점과 지식을 얻는 중요한 통로다. 손자녀나 젊은 동료들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은 단순히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획득하는 과정이다.
평생학습의 자세 유지하기 -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는 던닝-크루거 효과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온라인 강의, 지역 커뮤니티 교육, 취미 클럽, 문화센터 등 다양한 학습 기회를 활용하여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이시습"은 배우고 때때로 복습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노당익장(老當益壯)"이라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해짐을 의미한다. 이 두 개념을 결합하면, 나이가 들수록 더욱 겸손하게 배우고 성찰하는 태도가 진정한 지혜의 길임을 알 수 있다.
던닝-크루거 효과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경계해야 할 인지적 함정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이 효과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의 무지를 직시하는 용기와 지속적으로 배우려는 겸손함을 유지한다면, 나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진정한 지혜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닝-크루거 효과를 떠올리며 자신이 정말 무지한 걸 모르면서 그ㅓㄹ 의심해본 적이 없는 건 아닌지 자주 성찰하며 겸손한 중장년과 노년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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