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가끔 "돈쭐남'이라는 별명으로 재테크와 저축에 대해 설파하시는 김경필 선생님이 가능과 가능성을 말하셨다. 돈이 있을 때 가능은 돈을 쓰는 상태, 가능성은 통장에 돈이 있어 언제든 돈을 쓸 수 있는 상태다. 어떤 게 더 좋은가, 당연히 후자쪽이 흐뭇하다는 것.
여기서 뭔가 느낌을 받아 오늘은 가능과 가능성의 철학과 삶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인간의 존재는 끊임없이 '지금 여기'와 '아직 오지 않은 곳' 사이를 오간다. 이 존재론적 진동의 중심에 '가능'과 '가능성'이라는 두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가능은 현재의 실현 가능한 상태를, 가능성은 미래의 잠재적 실현을 나타낸다. 이 두 개념은 단순한 언어적 차이를 넘어, 존재와 시간, 행위와 잠재력에 대한 깊은 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1. 가능: 현재의 실현 가능성
가능이란 '할 수 있는 상태'거나 '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태(energeia)' 개념과 연결된다. 현실태는 이미 실현된 상태, 또는 즉각적으로 실현 가능한 상태를 뜻한다.
하이데거의 '세계-내-존재(In-der-Welt-sein)' 개념에서, 가능은 우리가 세계와 맺는 즉각적이고 실제적인 관계를 나타낸다. 우리는 매 순간 특정한 가능성들을 선택하고 실현하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선택과 실현의 연속이 우리의 실존을 구성한다.
2. 가능성: 미래의 잠재력
반면 가능성은 '할 수 있지만 참고 아껴두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잠재태(dynamis)' 개념과 유사하다. 잠재태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실현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가능성'은 할 수 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혹은 의도적으로 보류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라이프니츠의 '가능 세계(possible worlds)' 개념과 연결된다. 또한 가능성은 선택의 여지를 제공한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에서 말하는 '자유'와 '선택'의 개념도 이러한 가능성에 기반한다.
가능과 가능성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고 변증법적인 관계에 있다. 가능은 현재의 실현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반대로 가능성은 미래의 잠재력을 나타내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순간 가능이 된다.
헤겔의 변증법적 사고를 빌리자면, 가능은 테제(정)이고 가능성은 안티테제(반)이며, 이 둘의 상호작용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진테제(합)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개인과 사회는 발전해 나간다.
가능과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풍요로운 삶의 핵심이다. 모든 가능성을 실현하려 하면 우리는 소진될 것이고, 반대로 모든 것을 가능성으로만 남겨두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진정한 지혜는 현재의 '가능'을 충실히 살아내면서도,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 있다.
이는 단순히 철학적 사변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삶과 직결되는 실천적 지혜다. 이는 또한 우리가 너무 많이 소비하고 만끽하는 어떤 것에 대한 중독이 문제가 되는 경우,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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