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이러니하게도 머피의 법칙처럼 한꺼번에 안좋은 일이 겹쳐 일어나기도 한다. 그 안좋은 일이 단순히 좀 운이 안맞은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고통이 따르는 사건들이라면? 실연과 실직, 큰 병이 함께 왔다면 어떨까. 진짜 상상하기도 싫지만 당사자는 인생의 가장 바닥을 보았다고 생각되고 죽고싶은 생각마저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야스퍼스는 이런 진짜 너무 힘든 상황을 '한계상황'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들을 바탕으로 그의 주체적 철학은 펼쳐진다. 야스퍼스의 한계상황 그것을 극복하는 주체적 철학을 통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마음의 의지를 다시 다지는 시간을 가져보자.
실존주의하면 사르트르, 카뮈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하이데거와 야스퍼스를 먼저 떠 올리기도 한다.
인간의 존재와 삶을 중시하는 실존주의에서 자유와 책임에 좀 더 강조점을 둔 사르트르나 카뮈보다 하이데거와 야스퍼스는 삶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불안에 더욱 초점을 맞추었다. 하이데거는 불안을 정의하여 현존재로 나아가는 철학을 야스퍼스는 한계상황을 극복함으로써 실존해명 (The illumination of existence)을 얻는 철학을 주창했다.
철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였던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는 "한계 상황"이란 개념으로 인간이 직면하는 극한 상황들을 설명했다. 한계상황은 인간이 살아가는 도중에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이 마주하게되는 극단적인 상황, 즉 죽음, 생존경쟁, 전쟁, 가난 혹은 연인과의 이별에서부터 죄책감, 고통, 의미없음 등의 감정의 영역까지 포함한다.
한계상황은 인간을 극도로 좌절시키고 무력함을 느끼게 하지만 야스퍼스는 바로 이 한계상황이 인간이 실존적 존재임을 자각하는 계기라고 한다. 인간이 이 한계상황을 만나 의식의 변화를 느끼고 좌절이 아닌 초월의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초월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자신의 존재를 가감없이 깨달으며 실존해명이라는 상황을 온 몸으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야스퍼스는 한계상황을 극복하는 데 있어 인간 간의 연대성,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간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자신의 의식과 생각을 탐구하며, 현실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소통을 세속적 소통과 실존적 소통으로 나누었다. 자신을 완전히 열고 던지는, 백프로 진정성있는 소통, 그는 그것을 실존적 소통이라 했고 그 실존적 소통을 통해 인간이 실존적 자각을 하게 되고 편견을 제거하며 자유를 얻는다 했다. 실존적 소통을 통해 진정한 결단을 하며 한계상황을 완전히 극복한다는 것, 그것이 야스퍼스 철학의 요지이다.
사람이 살면서 야스퍼스가 말하는 한계상황은 누구나 다 만나는 것 같다. 심한 경우는 그 중 몇 가지 것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기도 한다. 그게 바로 인생에서 진짜 힘들 때이다.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이고 정신이 완전 약해질때 혹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극단의 불행을 겪고 어떤 도움도 효력이 없는 슬픔과 외로움을 느낄 때 바로 그 진짜 힘든 시기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숨이 턱턱 막히는 공황발작의 순간을 겪고 죽을듯한 답답함 괴로움 우울함을 느끼며 죽고싶은 마음이 몇 번씩이나 생길 때 정말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시간이 약이란 말이 있지만 그 괴로움의 시간은 너무나도 길기만 하다. 약도 먹고 병원도 가보고 여러 방법들을 쓸 것이다. 인간은 그래도 쉽게 죽는 존재는 아니니까 어떻게든 죽지는 않고 사는 방법을 자기도 모르게 찾게 될 것이다. 나는 제일 먼저 사람들을 만나고 혼자있는 시간을 줄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 일견 너무 쉬운 조언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했듯, 야스퍼스의 실존적 소통을 생각해볼 때, 그 실존적 소통이 거대한 철학적 담론이 아닌 우리 일상에서 진짜 너무 힘들 때 소통할 수 있는 이웃, 친구들이랑 만나 소통하며 삶의 의미를 조금씩 되찾는 일상의 과정이며 결국엔 중요한 가장 쉬운 극복과정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가장 가깝게 생각해볼 수 있는 극복과 해결의 방법이 결국 인간이 인간을 만나고 소통하고 연대하여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야스퍼스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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