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측할 수 없는 강물처럼 끊임없이 흐른다. 때로는 잔잔하고 평화롭지만, 때로는 급류가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듯 휘몰아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흐름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에 적응하며 나아가는 힘이다. 심리학과 철학에서는 이를 '유연성'이라는 덕목으로 설명하며, 이를 통해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동시에 부드럽게 움직이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유연성을 마음의 회복력(resilience)과 자주 연결한다. 이는 어려움이나 변화에 직면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적응하며 성장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컨대,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긍정심리학에서 유연성을 웰빙의 중요한 요소로 보며, 스트레스와 역경 속에서도 유연한 태도가 우리를 더 행복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이끈다고 주장했다.
삶은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실패나 관계의 갈등, 심지어 사소한 일상 속의 작은 불편들조차 우리를 시험할 때가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유연성이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게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삼는 태도는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한편, 철학에서 유연성은 사고의 자유와 연결된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삶의 통제 불가능한 상황들에 대해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라고 가르쳤다. 이는 외부 세계에 대해 경직된 관점에서 벗어나, 상황을 유연하게 해석하며 스스로를 조율하라는 메시지와 같다.
비슷한 맥락에서, 현대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유동적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을 통해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시대의 삶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정체성과 가치를 고정된 틀에 맞추기보다는, 변화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연성은 단지 환경에 적응하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신념을 확장시키는 과정 그 자체인 셈이다.
유연성은 약하거나 흐릿한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고정된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상황에 맞게 자신을 조율하며 변화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강한 사람이다. 심리학과 철학 모두 유연성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더 행복하고, 더 평화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삶이 흔들릴 때, 그 흔들림에 몸을 맡기며 다시 중심을 잡는 지혜. 그것이 바로 유연성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오늘 하루도, 우리는 유연한 마음으로 변화를 맞이하며 삶의 강을 따라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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