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유주의'라는 이념 위에 세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의 권리, 선택의 자유, 중립적인 국가. 이 모든 것이 자유주의의 핵심 가치다. 하지만 하버드대학교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은 바로 이 자유주의의 근간에 질문을 던지며, 우리 사회가 간과하고 있는 도덕적 정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의 주장은 단순히 학문적 논쟁을 넘어, 우리 삶의 방향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지적인 울림을 주는데 도대체 그의 정의는 무엇인지 오늘 짚어본다.
샌델이 비판하는 자유주의의 핵심은 '절차적 정의론'과 '중립적 국가론'에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정의로운 사회란 개인이 각자의 선(善) 개념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중립적인 규칙과 절차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가는 특정 도덕이나 종교적 가치관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오직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샌델은 이러한 자유주의적 관점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
1) 도덕적 공허함: 국가는 중립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도덕적 논쟁을 회피하거나, 개인의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게 만든다. 이는 공동체의 중요한 도덕적 가치에 대한 논의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결국 사회 전체의 도덕적 토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2) 비결속적 자아: 자유주의는 개인이 공동체의 역사나 도덕적 전통으로부터 분리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비결속적 자아'를 상정한다. 샌델은 그러나 인간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고, 그 공동체의 가치와 역사에 의해 형성되는 '서사적 자아'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누구도 가족, 공동체, 국가, 그리고 그들이 공유하는 가치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3) 도덕적 정의: 공동체와 미덕으로 돌아가라
샌델은 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적 관점에서 '도덕적 정의'를 강조한다. 그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절차적 공정성을 넘어서, 무엇이 선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도덕적 숙고와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4) 선(善)에 대한 공론: 샌델은 법과 제도가 단순히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선'에 대한 토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동성 결혼이나 낙태와 같은 논쟁적인 사안에서 단순히 '선택의 자유'로 귀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공동체의 도덕적 가치와 미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5_ 시민적 미덕의 재발견: 정의는 개인의 권리 보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시민들이 공유하는 미덕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공공의 선을 고민하고,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공동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시민적 미덕'이 중요하다고 샌델은 강조한다.
샌델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우리는 어떤 공동체에서 살고 싶은가?"로 귀결된다.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의 도덕적 가치와 미덕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철학적 질문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샌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도덕적 감수성을 자극하며, '정의'의 진정한 의미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여러분은 자유로운 선택을 중시하는 사회와 공동체의 도덕적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사회 중 어떤 사회가 더 '정의로운' 사회라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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